봄이 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춥다.
봄이 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춥다.
거리는 이미 봄빛으로 물들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개나리가 담장을 따라 노랗게 번졌다.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닐고, 공원 벤치에는 봄볕을 즐기는 이들이 앉아 있다. 어느새 카페 메뉴판에도 벚꽃 라떼니, 봄 딸기 케이크니 하는 이름들이 등장했다. 세상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듯하다.
하지만 나만은 아직 겨울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손끝에 닿는 공기가 조금은 부드러워졌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가벼운 기분이 들지 않고, 창문을 열어도 환한 햇살이 반갑지가 않다. 봄이 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겨울이 지나가듯, 내 마음속에도 따뜻한 계절이 찾아와야 하는데, 그것이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거리의 벚꽃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꽃놀이를 가야 한다고 들뜬다. 하지만 나는 그 벚꽃 아래를 걸어도 그리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마치 계절이 나를 두고 가버린 것처럼, 나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다.
언젠가 나도 봄이 오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계절이 변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단번에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벚꽃이 피는 속도보다, 겨울을 버티던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더 느린 것일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아 본다. 따뜻한 공기 속에 아직 차가운 기운이 섞여 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런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따뜻함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아직 지난 계절의 온도를 품고 있는 것. 사람들은 "이제 좀 있으면 금방 따뜻해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좀 있으면’이라는 말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결국 봄은 내게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아직 내 마음이 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계절은 서서히 내 안에도 스며들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꽃이 아름다워 보이고, 따뜻한 바람이 반갑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것이 오늘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참 뒤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봄이 왔다고 해서 모든 것이 갑자기 변할 필요는 없다. 겨울을 지나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내 마음도 천천히 따뜻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봄이 왔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그저 이 자리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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